나는 직장에서 스포츠라는 꽃을 피웠다.

스포츠맨 우리 부장님

50대 초반의 나이, 살짝 나온 배, 안으로 굽은 어깨, 꾸부정한 자세에서 나오는 그 만의 걸음걸이 지난 50년의 치열한 삶을 가늠케하는 우리 부장님의 현재 모습이다.

직원 50여명이 근무하는 IT 관련 사업체, 현재는 인공지능 관련  프로그램 계발 때문에 정신이 없는 조그만 회사다.

입사한지 10개월 남짓 된 나의 하루는 지옥에서의 전쟁이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쉼없이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자판을 두들겨야 하는 말 그대로 육체노동의 끝판왕이다.

건설현장에서의 육체노동과 비교한다면  쾌적한 환경에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나름 깨끗한 옷을 입고 남들이 보면 뭐 대단한 일에 몰두해서 컴퓨터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1평도 안되는 칸막이속에  갇혀서 실적이 나올 때 까지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힌 어찌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처량하기까지 한 나의 현재모습이 그늘도 없는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온몸을 땀으로 적셔가면 단순한 반복의 연속을 일상으로 살아가는 건설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시는 분 보다 나은 삶일까 ?

사무실 의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몸뚱이는 입사 이후, 부장님에 버금가는 뱃살과 꼿꼿하던 허리와 목은 어느새 거북이 목이 되어가고 있다.

입사 1년 선배의 모습을 바라보면 저 모습이 1년 후의 나의 모습이라 상상이 간다.

나는 보통 키에 적당한 몸무게, 약간 마른 체형의 몸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에 관심도 많았고, 하고 싶은 열정도 강했다. 지금도 가입해 있는 스포츠 관련 동아리만 해도 3개나 된다.

축구동아리, 야구 동아리, 길거리 농구 동아리 그래서 주말은 거의 운동속에 빠져산다. 부장님을 포함한 직장동료들은 을 벗은 나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그만큼 나의 몸을 운동으로 다져져 있다. 단지 옷으로 가려져 있어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어느날, 게시판에 색다른 내용이 담긴 종이 한장을 발견했다.  2박 3일간의 워크샾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선배의 귀띰에 의하면 말이 워크샾이지 먹고 마시고 놀고 온단다.

우리 부장님이 1년에 한번 있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건 나만 모르는 사실이다.

우리 부장님은 왜 어린아이처럼 워크샾을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는걸까 궁금해졌다.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몸을 가졌는데, 단순히 술 마시고 노래하고 얘기하는 것이 좋아서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뭔가가 있을것 같았다.

나의 궁금증은 워크샾 일정 2일 전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살갑지 않았던 부장님이 나에게 찾아와 ” 최대리 혹시 공좀 만져봤나 ” 라고 물었을 때이다.

그렇다 워크샾 내내 팀별로 족구 리그전이 있다는 것이다. 단 한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한 우리 부장님 입사 첫날 부장님의 시선이 새삼 떠오른다.

유난히 나의 몸을 훓어 보던 그 눈빛, 부장님에게는 내가 일을 잘하는 것보다는 스포츠를 아는 그리고 잘 하는 그런 팀원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나도 살짝 가슴이 설렌다. 말이 직장 동료지 하루 딱 세번 (출근, 퇴근, 점심식사시간)마주치고 몇마디 하지도 않는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어쩌면 나의 실력이 보탬이 되어  우리팀이 우승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모든 직원들이 변신했다. 심지어 얼굴 빛 까지도 달라져 있었다.  특히 부장님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나는것 같았다. 그리도 좋으실까 ?

그럴수도 있겠다. 반복되는 일상, 무료함,  시계추 같은 하루하루, 가장이라는 무게를 그 꾸부정한 어깨에서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그 마음  조금씩 부장님이 이해가 가지 시작한다.

어찌보면 우리 부장님은 자신의 팀이 꼭 우승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그는 아마도 우승 보다는 그 2박3일이 마냥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팀은 준우승을 했다. 경기 내내 배꼽이 빠지는것 같아서 경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역시나 우리 부장님 그렇게 우승 타령을 하던 부장님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점수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1년 선배인 김대리님 오늘의 스타선수였다. 그의 작은 움직임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버린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건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눈에도 그는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너무 웃기다. 너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김대리님의 그 모습이

워크샾이 끝나면 나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리려고 한다.

스포츠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  요즘 트레이드에 맞게 이름은 ‘스사모’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관한 글이다.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경기 아니면 유럽축구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황희찬 경기를 해외스포츠중계를 통해서 같이 모여 보고  스포츠 동아리가 뭐 별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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